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2026-06-25 08:04:05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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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가족 생활의 진부한 어색함을 그럼에도 계속 지속되는 유대감에 대한 달콤씁쓸한 명상으로 바꾸어버리는, 삐딱하게 우습고, 시각적으로 균형이 잡힌 3부작이다. 3편의 이야기는 모두 성인이 된 자녀들과 다소 거리를 둔 부모(또는 부모들), 그리고 그들 간의 관계를 다룬다. 각 챕터는 현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나라에서 펼쳐지는데, ‘파더는 미국 북동부, ‘마더는 아일랜드 더블린, 그리고 시스터 브라더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한 가족의 내부에 없었던 사람은 그 가족 중 누가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 말할 수 없다.”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엠마에 대한 한줄평처럼 세상에는 가족 수만큼의 다른 관계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1. 아버지 : 미국 북동부에서는 남매 에밀리와 제프가 70대 아버지 집을 방문한다. 누수가 심한 집과 낡은 쉐보레를 걱정하는 제프와 달리 에밀리는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이 남매는 몇 년 만에 아버지를 뵈러 가는것 같다.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하는 미국 문화에서는 흔한 일일 수도 있다. 우리는 한국이 가족 간 관계가 너무 가까워서 자녀가 독립하지도 못하고 부모 자녀 간 간섭이 심하다는 단점을 많이 지적하곤 한다. 하지만 이 가족을 보면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어떻게 사는지 건강은 어떤지 먹는 약은 있는지조차 서로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시골에 혼자 불쌍히 사는 부모 역할을 보여주느라 멋진 소파를 낡은 담요로 덮고 멋진 헤어스타일도 일부러 헝클어뜨리고 휴대폰이 있으면서도 고장 난 전화기를 그대로 방치한 채 자녀에게 최대한 어렵게 살아가는 늙은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집에서 살던 가족이 시간이 흘러 떨어져 살게 되면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진정한 자기모습보다는 가족 안에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을 연기하게 되는 것인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독의 고약한 블랙코미디에 당황하고 말았다.

 

2. 어머니 : 영국 (정확히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어머니를 만나러 온 릴리스와 티모시 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차를 타고 가던 릴리스는 차가 고장이 났지만, 가까스로 해결하고, 티모시는 (우버인 척) 친구 차를 타고 어머니를 만난다. 이 가족은 일 년에 한 번 어머니 집에서 티타임을 갖는다.(심지어 한 끼 식사도 아니다) 작가였던 어머니와 두 딸은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대화의 소재가 부족하고 분위기는 어색하다. 둘째딸은 돈이 없어 스마트폰 앱이 고장났다는 거짓말로 어머니에게 우버를 불러달라고 한다. 우버를 기다리는 시간. 이 가족 안에는 미묘한 침묵이 흐른다. 어머니와 딸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 서로의 삶의 영역를 침범하는게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거의 남남처럼 보이는 이런 관계는 또 어떤 것인지 생각이 깊어진다.

 

넷플릭스에 있으니 보기를 권해본다. ‘이게 뭐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네.’ 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 그렇다. 5월은 가정의 달이었고 내가 참여하는 제자훈련에서는 부모님이나 자녀에 관한 신앙 일기를 읽으며 대부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구 반대편의 가족 이야기를 보면서 비교하며 내가 맞다, 너가 맞다.” 하자는 건 아니고 우리가 가족과 지내는 방식과 시간에 대해 생각할 만한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였다. 환기를 시켜준다는 점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닌가.

 

오진이 권사(6여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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