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80주년으로 전국적으로 관련 행사가 많은 해이다. 근대사에 관심을 갖고 눈에 띈 책이 7월 출간된 『항일로드 2000km』이다. 자연, 역사, 걷기, 여행은 내가 좋아하고 이것을 동시에 실행하는 게 답사여행이다. 휴양지, 관광, 먹거리여행보다 내 발로 걸으며 역사를 더듬어 보는 게 나의 오랜 취미이다. 한때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책을 들고 이곳저곳 답사 여행을 다니던 생각이 난다.
조만간 서울에서 『항일로드 2000km』 저자 강연도 있으니 미리 읽고 참석하면 더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성경에서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 루트를 기록한 것처럼 이동경로도 지도에 표시되고 일정과 상세한 사진까지 수록되어 당장 역사적 현장에 가보지는 못하지만 책으로나마 일본 전역에서 항일의 흔적들을 글과 사진으로 볼 수 있어 유익했다.
책을 읽다가 효창공원에 관한 내용을 보고 직접 찾아가 보았다. 효창공원은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서울에 살면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효창공원은 원래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와 그의 생모 의빈 성씨가 모셔진 묘역 효창원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효창원은 19세기 말 외세의 침입으로 훼손되고 급기야 일제는 효창원을 포함한 용산일대를 일본군 기지로 바꾸었다. 1910년 이후에는 효창원이 왕실 묘역으로써 지닌 위엄을 격하시키고 1924년에는 골프장을 만들고 총독부를 기념하는 각종 비석을 세운다며 문효세자와 의빈 성씨 묘를 강제로 이장하고 1940년 공식명칭을 효창공원으로 바꿔버렸다.
광복 후 백범이 나서서 1946년 7월 윤봉길, 백정기, 이봉창 의사의 유해를 일본에서 봉환해 효창원 문효세자가 모셔졌던 자리에 삼의사 묘를 조성하였다. 국립묘지가 없는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모신 것이다. 백범은 일제가 강제로 흩트려 놓은 왕가의 무덤을 독립투사들을 위한 자리로 바꿨다. 백범의 묘도 바로 근처에 있다.
울창한 소나무로 둘려진 백범의 묘와 삼의사의 묘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것에 새삼 부끄럽고 놀라웠다. 이렇게 잘 가꾸어진 효창원과 묘역을 둘러보니 독립운동가와 묘를 관리하는 많은 손길에 감사한 마음도 가져보았다. 안중근 의사 묘도 있었는데 지금도 유해를 찾지 못해 가묘로만 있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현재는 ‘근린공원시설’이었던 효창공원을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바꾸고 효창원 묘역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예우하도록 결정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과 그 평범함을 누리지 못한 채 사라져 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우리는 과거의 누군가가 하루라도 살아보고자 간절히 꿈꿔왔던 순간을 매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 윤동주는 그런 날을 단 하루도 살지 못했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백범묘역 옆에 백범 기념관도 그날 일정상 못 가봤는데 다시 가봐야겠고 여러 번 갔었던 서대문 형무소도 다시 가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것 같다.
✎류경숙 집사(7여선교회, 독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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