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멸종 | 크리스틴 로젠 지음 | 어크로스 펴냄
2026-06-25 07:15:39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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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에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네 식구가 모두 화면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해졌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 경험의 소멸은 두드러집니다. 이 시대는 실제 여행보다는 안락의자에 앉아하는 여행을, 직접 미술관에 가서 관람하기보다는 사본을 보는 것을, 사랑하는 이와의 직접적인 육체적 교감보다는 포르노의 안전함을, 요리하는 것보다는 요리 프로그램을 더 선호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대면 상호작용, 손을 써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 기다림과 지루함의 유익, 모호한 감정, 인간적인 쾌락, 그리고 특정한 장소에서의 만남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말로 하지 않은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몸짓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제 세상은 투명 인간들의 사회가 된 것만 같습니다. 당장 지하철만 봐도 서로에 대한 무관심 속에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서로 눈 맞추고 표정을 읽으며 상대의 마음을 느끼도록 창조하셨을 텐데요.

 

이 시대는 손으로 느껴야 할 정성과 수고로움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에는 아직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던 때입니다. 당시 교회에는 재미있는 전통이 있었는데, 빨간 편지통을 만들어 놓고 매주 친구들과 예쁜 손편지를 주고받는 것이었습니다. 모닝글로리에 가서 다양하고 예쁜 꽃 편지지를 고르며 새로운 편지와 답장을 쓰며 많은 속마음의 이야기를 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손 글씨에는 즐거움과 온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까요? 많은 영역에서 더 이상 손의 고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3D 스캐너와 프린팅을 이용해 가족 피규어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한편, 이 시대는 기다림과 지루함조차 불만이 되어버렸습니다. ‘새벽 배송은 다음 날 새벽까지 물건을 가져다줍니다. 출근길 한 시간 넘게 쇼츠(Shorts)를 보다 보면 금세 회사 앞입니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저자는 이 사회는 기다림을 벗어나기 위해 돈을 지불하며, 지루함이라는 인간적인 상태를 그저 채워야 할 그릇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기술이 유휴 시간을 흡수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참다운 안식과 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 수도사는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매일 침묵을 위한 시간을 만듭니다. 따로 무엇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침묵 속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신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시대는 장소(place)가 공간(space)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레이 올든버그는 진정한 공동체에는 대면 상호작용과 상호 의존성이 필요하며 장소는 이를 제공하는 데 탁월하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관계가 선호되는 세상, 이웃을 알지만 그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세상, 연결은 많아졌지만 외로움과 고립은 더 깊어진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공간이 아닌 장소로서의 교회는 그런 의미에서 좋은 해답으로 보입니다. 특히, ‘교회의 구역이나 팀교회, ‘틈새포플러스와 같이 지역적이고 직접 대면하는 프로그램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험의 멸종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로 인해 소멸되는 것들을 아주 자세히,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혼란에 저항하라고 권면합니다. 저자의 요청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12:2)”는 성경 메시지를 떠올립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무섭고 빠르게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 변화에 무기력하게 잠식되지 말고 기술의 편리함은 누리되 사람됨을 무너뜨리는 모든 형태를 분별하고 그것에 저항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람됨을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집사 김영근(6남선교회, 틈새포플러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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