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 앤디 위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026-06-25 07:20:12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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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에 나에게 이렇게 왔다. ‘700, 외국 소설, 게다가 SF’

 

2년 전 후배가 너무 재미있어 언니라고 권했지만, 읽을 책은 많았고 저 조건으로는 아무래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몇 주 전 책과 나의 접점이 생겼다. 남편과 밤에 개화산 둘레길을 걸었다. 사방은 고요했고 눈보다 귀가 밝아졌다. 도시의 불빛들과 하늘의 별빛이 거의 같다고 느껴질 때, 들고 간 손전등도 끄고 한참을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주는 상상도 안 되게 넓고 넓겠지. 점보다 작을 나와 점보다 클 리 없는 오늘 하루의 힘겨움을 내려놓으니, 우주의 웅장함과 이를 만드신 하나님의 위대함이 오롯이 느껴졌다. ! 이 우주 소설을 읽어봐야겠구나.

 

역시, 이 책의 주인공도 말 안 듣는 둘째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게 인류 구원이라는 위대한 사명을 가지고 우주선을 탄다. 읽기를 잘했다. 문득 나의 문제를 떠나 우주의 웅장함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면? 읽으시라. 소설이 주는 상상으로 우주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장벽은 있다. 700쪽에 물리학, 생물학, 지구과학, 천문학과 같은 다양한 과학 지식이 등장이 계속 그리고 잔뜩 등장한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나 같은 찐문과들이 더 쉽게 읽어낼 수 있다. (왜냐고? 글 끝에 알려드리기로).

 

시작은 추리 소설이다. 재미없는 추리 소설 읽어본 분? 없으신 걸로 하겠다. 기억을 잃은 채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 그레이스는 중력의 크기를 측정하는 몇 가지 물리 법칙을 이용해, 본인이 지구가 아닌 우주선에 있음을 알아낸다. 이제 그레이스와 함께 나도 그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는 곧 태양열을 흡수하는 미생물(이것을 없애지 않으면 지구는 얼어버린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익숙한데 얼어붙다니!)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헤일메리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보내졌다는 것까지 기억해낸다. 맞다. 이것이 책의 제목인 프로젝트 헤일메리이다.

 

그런데 우주선이 편도이다. 성공한다면 인류는 구원되겠지만 본인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는 이 숭고한 사명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용기 있게 나선 과학자였던 것이다. 주인공을 보는 나의 마음도 우주만큼 웅장해진다. 최근 아이들 일로 뭉쳐있던 마음이 참으로 작아지려는 순간, 주인공은 사실 자신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우주선에 태워졌다는 것까지도 기억해낸다. 그는 온갖 기억들로 혼란스러웠지만 담담하게 본인의 일을 해내기로 한다. 그레이스는 매우 똑똑하며 과학을 사랑하는 과학자였지만 소심하고 마음 약하고 어느 면에서는 찌질하기도 했던 사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사명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우리들의 사명도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보낸 이의 마음을 알아내는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명은 나를 내려놓는 일에서 시작됨을 확신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의 삶도 우리의 결단과 의지가 아닌 순종하며 이끄심을 받아들일 때 마침내 온전하게 그 목적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마치 선물처럼 내게 온 사명만큼 큰 기쁨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는 듯싶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그의 이름은 로키. 외계생명체이다. 로키의 행성 역시 지구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외계인을 만나다니. 옛날 사람인 나는 ET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로키는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해보시라. 심지어 그레이스와 로키는 활발하게 소통하며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미생물을 없애는 공통의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렇게? 바디랭귀지로? 이 책은 이렇게 계속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둘 사이의 공동 목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그들은 협력하며 선을 이룸을 보여주었다. 누군가와 소통이 안 되어 답답하다면 외계인과도 선을 이루어 내는 그레이스를 생각해보려 한다. 상대는 최소한 외계인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다시 그레이스다. 그레이스의 소심하며 마음 약함은 로키와의 이별 후 극에 달한다. 그러나 이 소심함과 약함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책을 읽은 후 함께 공유하고 싶다. 우리의 역사 역시 이러한 상하고 약한 자들의 행함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나는 우주보다 더 위대한 그레이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멋진 이야기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궁금하다면 책이 아니라 영화로도 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이번 주 개봉이다. , 찐문과생도 무척, 매우, 빨리 700쪽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런 궁금증 없이 과학 지식이 나오면 폴짝 건너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름 꿀팁이다.

 

 

이은주 집사 (7여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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